키보드는 문서를 작성할 때만 필요한 입력장치가 아닙니다~
1급 시각장애인인 필자가 컴퓨터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몇 번 놀라게 됩니다. 우선은 시각장애인도 컴퓨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모든 작업을 모니터를 꺼놓은 채 음성을 들어가며 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마우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키보드만으로 윈도우즈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마무리로 놀라움을 표현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서프라이즈한 일들 중에서 키보드 사용에 대해 얘기를 꺼내려고 합니다.
컴퓨터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나 매니아라면 보조프로그램 그룹의 '내게 필요한 옵션'이라는 항목에 대해 인지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그룹 내에는 한 손이 없는 지체장애인이 기능키를 누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정키 기능'이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소리 탐지 기능' 등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약시자를 위한 '돋보기 기능'과 '고대비 기능' 그리고 별도의 항목으로는 정의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윈도우즈 기능을 키보드로 제어할 수 있는 단축키 기능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키보드로 컴퓨터를 어떻게 제어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고 Tab 키를 반복해서 눌러 보십시요. Tab 키를 한 번씩 누를 때마다 링크나 폼필드 컨트롤 주변으로 점선 형태의 포커스가 이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동하다가 어떤 링크를 클릭하고 싶다면 Enter 키를 누르시면 됩니다. 바로 이 방법이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키보드를 활용해 웹서핑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HTML 태그들이라면 부라우저 레벨에서 포커스를 제어해 주지만 자바 스크립트에서 이벤트를 처리할 때 마우스 종속적으로 이벤트 핸들러를 사용했다면 아무리 특정 버튼에서 Enter 키를 눌러도 해당 버튼은 실행되지 않습니다.
**참고
마우스 종속적인 이벤트 핸들러: onmouseover, onmouseout 등
키보드 장치 독립적인 이벤트 핸들러: onfocus, onblur 등
작년 12월쯤 G마켓이 개편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여느 때처럼 구매할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 방식을 '은행 송금 전용 계좌'로 지정한 다음 결제 버튼을 누르기 위해 Enter 키를 눌렀지만 인터넷은 전혀 무반응이었습니다. 덕분에 가족을 급하게 호출해서 마우스로 간신히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런 일들은 비단 G마켓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고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종종 겪게 되는 일들입니다.
웹 접근성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벤트 처리를 할 때 특정 장치에 종속적인 이벤트 핸들러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입력장치인 마우스와 키보드를 언급했지만 이 외에도 입력장치는 정말 다양하게 많이 존재합니다. 특정 장치에 종속적인 홈페이지라면 해당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유저들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특정 장치 종속적인 이벤트 처리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작업 중 하나입니다.
필자가 틈만 나면 앵무새처럼 조잘거리는 말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일은 결국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다~~"
어떤 홈페이지가 마우스 사용 중심으로 개발되었는데 다음 해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입력장치가 출현하여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전파된다면 별도의 예산을 집행하여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해야 되겠지요. 웹 접근성이란 당장은 불편하고 번잡스러운 작업으로 취급되기 쉽지만 종국에는 남는 장사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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